손 위생의 선구자: 이그나츠 세멜바이스 박사의 비극적인 이야기
역사적으로 손 씻기나 소독을 강력하게 주장했던 의사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그 시대 당시의 무지한 대중뿐만 아니라 동료 의사와 과학자들에게까지 조롱받거나, 억압당하거나, 혹은 철저히 무시당했습니다.
경험적 증거와 혁신적인 가설
1800년대 중반, 이그나츠 세멜바이스(Ignaz Semmelweis) 박사는 산모들의 ‘산후열(산욕열)’ 사망률이 조산사(산파)가 운영하는 병동보다 의사나 의대생이 운영하는 병동에서 훨씬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특히 의대생들이 부검을 수행한 직후에는 사망률이 급격히 치솟았습니다.
그는 의사들의 손에 묻은 시체 해부 과정에서 유래한 “시체의 입자(cadaverous particles)”가 분만 중인 여성에게 전파된다고 가설을 세웠습니다.
1847년, 그는 환자를 진찰하거나 분만을 보조하기 전에 염소 처리된 석회 용액으로 손을 씻도록 하는 규정을 도입했습니다. 그 결과는 놀라울 정도로 극적이었습니다. 산모 사망률은 약 18%에서 2% 미만으로 떨어졌습니다.
거부와 고립: '신사' 의사들의 오만
경험적 증거가 확실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거만하고 권위적인 동료 의사들로부터 거부, 조롱, 그리고 경력상의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동료들과 병원 당국은 그의 혁신적인 조치를 강력히 거부했습니다. 당시에는 널리 인정된 세균 이론이 아예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배적인 의학적 관념은 질병의 원인을 “불결한 손”이 아닌, 미아즈마(Miasma, 나쁜 공기)나 개별 환자의 병에 대한 취약성에서만 찾았습니다. 많은 의사들은 자신의 손이 환자를 해치거나 심지어 죽일 수 있다는 생각을 “매우 모욕적”이고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고 여겼습니다. 의사들은 스스로를 '고결하고 전지전능한 귀족(하이클래스)'으로 간주했기 때문에, 스스로를 불결한 죽음이나 병원균의 매개체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요한 클라인을 비롯한 그의 상급자들은 제멜바이스의 제안을 단호히 거부하고 그를 조직적으로 배제했습니다. 결국 1849년, 제멜바이스는 오스트리아 빈에서의 직위를 잃게 되었습니다.
1861년에 출판된 그의 저술에 대해서도 동시대인들은 비판과 조롱을 쏟아냈으며, 그의 연구 결과를 '아마추어적', '환상', '환각', '착각'으로 치부하고 그의 지적 능력을 조롱했습니다. 의사는 “고귀하고 고결한 존재”라는 사회적 편견과 당시 의사들의 자만심 또한 크게 작용했습니다. 많은 의사는 단순히 자신이 환자를 해치거나 죽일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입니다.
비극적인 최후와 사후의 인정
결과적으로 세멜바이스 박사는 빈을 떠나 이주할 수밖에 없었고, 점점 더 심해지는 직업적·사회적 고립을 겪었습니다. 결국 그는 니더외스터라이히 주립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4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정신병원에서 얻은 감염으로 인한 사망이었습니다.
수십 년이 지난 뒤, 루이 파스퇴르의 세균설과 조지프 리스터가 대중화한 소독 기술이 등장하면서 비로소 손 위생의 중요성이 공식적으로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오늘날 제멜바이스는 종종 “손 위생의 아버지”로 불리며, 그의 이름은 '제멜바이스 반사(Semmelweis reflex)'라는 용어로 남아 있습니다. 이 용어는 기존 신념에 도전한다는 이유로 새로운 증거를 반사적으로 거부하는 현상을 설명하는 데 사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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